“우리 반에서 반장과 부반장만 빼고는 모두 성경험을 해 봤어요” 미성년자 임신 및 10대 낙태를 취재하면서 만난 인문계 고3 소녀의 말입니다. 물론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관계에 대해 별다른 부담없이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고등학교에 와서 성관계를 경험했는데 요즘엔 중학생들까지 쉽게 성관계를 맺는 것 같아요, 그중엔 미성년자 임신 경험도 있는것 같고 먹는낙태약을 경함한 학생들도 있는것 같고…..”
어찌 들으면 어이없을 다른 여고생의 이 말을 들으니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통계자료가 떠오르더군요.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한 명은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라는…. 이성교제도 불과 10년 전과도 현격히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니 서로 분위기에 휩쓸려 성관계를 맺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급속히 늘어난 ’00방’ 문화도 이런 여건을 조성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문제는 관계를 맺은 다음입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의 피임방법을 제대로 모르고 안다고 하더라도 ‘감이 떨어진다’, ‘약 먹기가 귀찮다’ 며 피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으로 이어지는 일이 생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고생 K양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K양은 사귀던 남자친구와 그 친구의 집에서 성관계를 맺었습니다.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당연히 피임을 하지 않았고 덜컥 임신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 남자친구와 K양은 임신 사실을 기뻐할 정도로 서로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고민이 생겼습니다. 학교 선생님께 말할 경우 징계조치를 당할 것 같고 부모님께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고 TV에서 봤던 상담소 같은 곳에 갔다가는 학교에 이런 사실일 알려 질 것 같아서 결국 남자친구가 마련한 돈 50만원으로 낙태수술을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남자친구는 K양이 낙태수술을 받은 뒤 갑자기 멀어져 결국 헤어졌고 자신은 낙태수술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
임신과 낙태를 경험한 10대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임신을 하게 될 경우 가장 힘든 사람은 당연히 자기 자신인데 남자친구에게 적극적으로 피임을 권하거나 자신이 피임을 하는 10대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 었습니다. 게다가 낙태수술을 받은 자신을 떠나는 남자친구들을 오히려 당연하다고 여기는 ‘관용’ 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낙태수술을 받고 온 지 불과 사흘도 안 돼 성관계를 요구하는 파렴치한 남자친구까지 이해하려는 10대 여고생의 말에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슨 이유일까? ? 여자의 순종을 강요하는 유교문화의 잔재일까, 아니면 모든 것이 정말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 ‘낙태수술’이 워낙 만연돼 있어(인구대비 낙태율 세계2위- 낙태운동반대연합 자료) 10대 청소년들이 인지하지 못하지만 낙태수술을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입니다. 모자보건법에 있는 예외조항을(유전자적 이상 등 예외적인 경우) 제외하곤 수술을 하는 사람도, 또한 수술 받는 사람도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비공식적인 통계로 우리나라에선 한 해 태어나는 신생아보다 3배나 많은 2백만명이 낙태수술로 죽고 있고, 그 가운데 10대청소년들에 의한 낙태는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순간적인 실수로 임신을 한 10대 청소년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행법상 불법이니 낙태수술을 하지 말고 아이를 낳아 키우라고 할 까요? 그 학생의 학업이 중단되건 말건, 꿈을 펼쳐보지도 말건 말입니다. 아니면 지금처럼 사회에선 못 본척 눈을 감아주고 10대 청소년들이 몰래 낙태수술을 받고 후유증에 시달리게 해야할까요? 여러분은 ’10대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